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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이 미로는 수집품들을 모으기 위한 일종의 수납장이라 했던 미궁의 말처럼 몬스터가 있는 방은 하나가 아니었다.
굳이 다음 계층으로 넘어갈 필요까지도 없다.
벽 몇 개를 더 부수고 전진한 끝에 발견한 방에는 또 다른 몬스터가 있었다.
그 상태는 이전에 보았던 녀석과 큰 차이가 없다.
랭크는 SA. 별다른 이지 없이 침입자에 대한 적의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미노타우르스의 상위종으로 보이던 이전의 녀석과 아예 다른 종의 몬스터라는 점일까?
천공 구역에서 본 적이 있는 엔트의 상위종으로 보이는 거대한 나무 형태의 몬스터가 방 안에 있었다.
이전의 녀석에 비해 특히나 내구가 높아 보였기에 제압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방은 이곳에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몬스터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이제 겨우 한 계층일 뿐인데, 아직 남아 있는 다른 계층들까지 생각하면 앞으로 이런 몬스터들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같은 몬스터로서 조금 씁쓸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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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세이프파워볼 서울 대미궁 아닌 이곳에서 성장했다면 어쩌면 눈앞의 몬스터들과 같은 미래가 펼쳐졌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나한테 잘하라구. 내가 얼마나 마음 따듯한 미궁인데.] 은근슬쩍 거들먹거리는 미궁의 목소리는 조용히 무시했다.
그렇게 이후에도 몇 개의 방과 몇 마리의 몬스터를 더 만난 다음에서야 다음 계층으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체할 것 없이 곧장 워프 게이트를 넘었다. 파워볼사이트
77계층의 상황도 76계층과 그닥 다를 바가 없었다.
여전히 미로는 복잡했고, 나는 벽을 부수며 전진했다.
파워볼게임사이트 76계층에서 그랬던 것처럼 몇 개의 방을 추가로 발견했고, 그 안에는 여지없이 인형과 다름없는 상태의 몬스터들이 있었다.
다음 계층인 78계층도, 79계층도 모두 똑같았다. 파워볼실시간
아마 그것은 이 미로의 마지막까지도 전혀 달라지지 않겠지.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방 안에서 마주친 몬스터들 중에 같은 몬스터는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방 안에 들어 있는 몬스터들은 모두 하나같이 다 달랐다.
나도 익히 아는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나조차 전혀 본 적 없는 희귀한 몬스터들도 여럿 있었다.
이쯤 되면 씁쓸한 실시간파워볼 것은 둘째치고 이곳 도쿄 대미궁이 수집품을 모으는 데 진심이란 것 정도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82계층의 어느 방 안에서 발견한 몬스터는 지금까지 만난 다른 몬스터들과 달리 그 랭크가 SS였다.
짙은 잿빛의 털이 인상적인 거대한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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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계열의 몬스터 중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펜릴보다 더 상위종으로 보이는 녀석이다.
다른 방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해 보이는 넓은 공동 안에서 녀석은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내부로 들어선 내 모습에 흘깃 눈을 치떴다.
그래도 나름 SS랭크인 까닭일까? 다른 녀석들과 달리 단순한 인형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침입자인가?]
나지막이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충분한 이성이 있었다.
이번에도 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것과 달리 의외로 평범한 반응에 조용히 안심했다.
[침입자보다는 여행객이라 해 주면 좋겠군.] [이 끔찍한 감옥 속을 여행이라… 팔자 한번 좋군.] [‘감옥’이라.] [여기까지 왔다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조용히 물어오는 질문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미궁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납장에 지날지는 모르겠으나, 나와 같은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이곳은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너는 위의 다른 녀석들과 다르군. 다짜고짜 덤벼들지 않아 안심했다.]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가?] […무슨 뜻이지?] 슬며시 눈살을 찌푸리는 이쪽의 모습에 거대한 늑대가 쓰게 웃었다.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다.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라면 현재 상황에 순순히 수긍했나, 그렇지 않았나 하는 것이니까.] 덤덤히 내뱉은 늑대가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끝까지 머릿속을 울리는 저주받은 목소리에 저항한 이들과 달리 나는 이 답답한 쇠창살 속에 얌전히 있었지. 그리고 그 대가로 이렇게 이지를 남겨놓을 수 있었다.] 그리 말한 늑대가 마치 한탄처럼 내뱉었다.
[저 드넓은 산맥을 호령하던 내가 지금은 이런 좁은 감옥 속에 갇혀지내는 신세라니… 이럴 줄 알았다면 나 역시 끝까지 저항하는 것인데….] 씁쓸하게 읊조린 늑대는 이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몸을 엎드렸다.
강대한 SS랭크 몬스터라고는 보이지 않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
언뜻 처량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에 조용히 눈살을 찌푸리는 내게 늑대가 조용히 조언했다.
[분명 여행객이라고 했던가? 이 지옥 같은 곳에 볼 것이 뭐가 있냐 싶다만, 부디 그대의 여행이 편안하길 바라지… 그리고 무엇보다 머릿속을 울리는 저주받은 목소리를 조심해라… 우리와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다면.] 그리 말한 늑대는 더 말을 잇지 않고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은 없다는 듯 고개마저 돌려버린 녀석의 모습에 나도 더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떠나기 전에 조용히 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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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무엇이냐고.
내 질문에 늑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름 따위는 잊었다. 이런 좁은 세상 속에 갇힌 내게 이름 따위는 사치지.] 씁쓸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끝으로 늑대와 헤어졌다.
그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날 것 같지 않았다.
84계층에서 늑대와 같은 SS랭크 몬스터를 하나 만났다.
늑대가 머물던 방처럼 거대한 공동 안에 조용히 똬리를 품고 있는 것은 한 마리의 뱀이었다.
같은 뱀으로서 반가움 마음을 표하기도 전에 녀석은 다짜고짜 내게 덤벼왔다.
늑대 녀석과 달리 이지를 상실한 것일까?
언뜻 그리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 푸른색의 아름다운 뱀은 늑대처럼 그 이지를 상실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에 순응하며 마침내 달관했던 늑대와 달리 제 현재의 모습에 순응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분노하며, 증오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저를 이곳에 가둔 미궁이 아니라 모든 것에 말이다.
“샤아아─!!!” 사나운 울부짖음과 함께 덤벼오는 뱀의 모습에서 어떻게든 나를 찢어 죽이겠다는 살의를 엿보았다.
일단은 진정하고 대화로 풀어보고자 노력했으나, 뱀은 도저히 진정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이지를 상실한 채 덤벼오는 쪽보다 더 성가시다.

잔뜩 분노하는 와중에도 SS랭크 몬스터답게 이렇다 할 빈틈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인간 상태로는 솔직히 힘들 것 같다.
푸른색 뱀이 툭 내뱉은 독을 피해 몸을 날리는 한편, 내부의 공간을 확인했다.
조금 빠듯하긴 하겠지만, 어찌어찌 본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쉬──”
이쪽이 본신으로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푸른색의 뱀 역시 조금 당혹하는 기색이었으나, 그럼에도 그 분노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도 녀석은 굴하지 않고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지나친 분노로 제대로 된 판단조차 못하는 것일까?
그리 생각하기에는 뱀의 눈이 지나치게 냉정했다.
아니, 냉정하다기보다는 무언가를 포기한 것처럼 느껴진달까?
언뜻 봐서는 자포자기한 것도 같았다.
녀석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했다.
자기보다 훨씬 더 강대한 상대를 향해 거리낌 없이 덤벼오는 것을 본다면 답은 뻔했다.
녀석이 원하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하면서도 그렇다고 당장 녀석이 원하는 것을 이뤄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대화가 먼저다.

당장 죽일 생각이었다면 제아무리 SS랭크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겠으나,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제압이 훨씬 더 어렵다.
게다가 이 자포자기한 뱀 녀석은 포기를 모른 채 정말 악착같이도 덤벼왔기에 더더욱 제압하기가 힘들었다.
꽤나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끝에 마침내 온 힘을 다 쓰고 녹초가 된 녀석을 제압할 수 있었다.
쉑쉑거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뱀의 모습을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같은 동족에게 너무나 매정하군.] 머릿속을 울리는 가느다란 미성.
흘깃 눈동자만 돌린 채, 푸른색의 뱀이 조용히 혀를 날름거렸다.
넘치던 분노도 어느샌가 가라앉은 듯 녀석의 눈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일단 대화부터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자신을 죽이려고 덤벼드는 상대를 향해 대화라… 이제 보니 매정한 게 아니라 무르기 그지없는 동족이었군. 아니, 무르다기보다는 미련한가?] 비꼬기라도 하듯 잔뜩 빈정거리는 말투였으나,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녀석이 저런 말을 하는 의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잔뜩 빈정거리는 행동에도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녀석은 이내 포기한 듯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리 잘난 동족께서는 내게 무엇을 바라지?] [딱히 크게 바라는 건 없다. 처음 말했다시피 단순히 대화를 해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흥. 내가 거부한다면?] [네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걸 이룰 수 없겠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모른 척했다 이건가? 매정한 것을 떠나서 잔인한 동족이로다.] 한차례 쉑쉑- 거린 푸른 뱀이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무슨 대화를 하자는 거지? 다짜고짜 대화하자고 해도 이쪽은 할 말이 없다. 말재주 따위는 없으니까.] [흠. 이름이 뭐지?] […‘쉬포나’다.] [그런가? 상황이 이래서 흠이지만 어쨌든 만나서 반갑군, 쉬포나. 같은 동족과 이렇게 느긋하게 얘기를 나눠보는 건 처음이다.] […흠? 늪지 태생이 아닌 건가?] [나는 바깥에서 왔다.] […바깥이라. 그래, 그런 게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 그래서 바깥에서부터 굳이 이곳까지 제 발로 찾아온 이유는 뭐지? 너도 그 증오스러운 목소리에게 붙잡히고 싶은 건가?] [음.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너에 대해서 듣고 싶군. 너는 늪지 출신인가?] […그래. 원래는 그 땅을 다스리던 게 바로 나였다. 어리석게도 스스로 여왕이라 칭하며 잔뜩 거들먹거렸었지. 나 같은 건 고작 해봐야 작은 늪지 안의 뱀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말이야.] 씁쓸하게 내뱉는 녀석의 목소리에는 많은 회한이 담겨 있었다.
가만히 고개를 주억이며 물었다.

[이곳에는 어쩌다 오게 된 거지?] [늪지를 떠나 다른 세상을 여행했었다. 나를 담기에는 그 비좁은 늪지가 너무나 작아 보였으니까.] 덤덤히 이야기를 시작한 쉬포나는 그간 자신의 행적들을 천천히 풀어놓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보통의 몬스터가 자신이 태어난 계층을, 구역을 떠나는 일은 잘 없는 일이었으니까.
단순히 계층 하나나 구역 하나를 넘긴 것이 아니라, 그녀는 혼자만의 힘으로 깊숙한 곳까지 닿았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여러 구역들을 넘어 이곳 미로 구역의 초입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도착했다고 하니까.
여러모로 놀라운 이야기다.
[나는 어리석었다. 이쯤 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했음에도, 만족을 몰랐지. 그리고 그 철없는 생각의 대가는 너무나 컸다.] 그렇게 미로 구역에 닿은 쉬포나는 앞서 그랬던 것처럼 이 미로를 천천히 정복하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방 안에 갇혀 있는 몬스터를 만났고, 나와는 달리 그 몬스터를 죽였던 것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방 안의 몬스터를 쓰러트리자마자 머릿속을 울리는 저주스러운 목소리.
하나가 비었으니, 새로 채워 넣어야 하겠다는 영문 모를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은 쉬포나가 눈을 뜬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수십 년간 그녀는 이곳에 갇혀 있었다.

[도망치려고 하지는 않았나?] [왜 하지 않았겠나?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저 저주스러운 문을 넘을 수는 없었지. 차라리 다른 녀석들처럼 이지라도 상실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 증오스러운 목소리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나로서 있을 때가 가장 값어치가 있다는 헛소리와 함께 내가 미치려 할 때마다 방해했지.] 그리 말하는 쉬포나의 눈에는 참을 수 없는 증오와 살의가 엿보였다.
이번에는 불특정 다수의 무언가를 향한 것이 아닌, 온전히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도쿄 대미궁을 향한 감정이었다.
그렇게 한차례 감정을 쏟아내며 제 이야기를 끝마친 쉬포나가 이윽고 조용히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났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모두 말해 주었으니 그대도 충분히 만족했겠지?] 덤덤히 물어오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숨길 수 없는 갈망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이곳에 갇혀 지내면서 그동안 간절히 바래왔던 것.
[밖으로 나가겠다는 소원 따위는 포기한 지 오래다. 애석하게도 복수할 힘도. 의지도 내게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오롯이 하나였다.] 쉬포나가 덤덤히 제 오랜 소망을 입에 담았다.
[닉스. 강대한 동족이여.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나를 해방해다오. 내게 부디 편안한 안식을.] 그녀가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죽음이었다.
지옥 같은 삶의 마지막 휴식이자, 저를 단순한 수집품 취급하며 가둬놓았던 미궁에 대한 복수.
쉬포나는 죽음이란 이름의 자유를 소망했다.
그런 그녀의 소망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한차례 고민했다.
머릿속으로 그녀를 죽인다면 도쿄 대미궁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챌 거라는 미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쉬포나의 모습이 보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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